MBTI라는 성격 유형 테스트가 TV에서 몇 번 나오더니 지금은 자신의 MBTI를 모르면 꼰대 취급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
나도 물론 그 계열에 끼지 않고자 테스트 해봤다. 두어개 사이에서 왔다 갔다 했다. INTJ - ENTJ.
그런데 각 유형별 성격을 길게 서술한 글을 본 적 있는데 사실 INTJ를 보고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이거 그냥 자기 얘기네~"
난 이 글을 쓴 사람과 만나본 적이 없다. 그는 대체 누굴 보고 이렇게 나를 정확히 묘사했단 말인가? 어쩌면 나 자신도 깨닫지 못했던 나의 내면까지도.
나는 최소한 어떤 유형, Category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치밀한 과학적 논거를 따지려 들면 MBTI 역시 단순히ABO식 성격 유형을 논하는 것 정도로 치부될 수 있다. 그렇겠지 아마도. 다만 어느정도 나의 울타리 같은, 그런 경계선을 확인하는 것 같은 의미가 있었다.
선천적으로든, 후천적으로든 지금의 나는 어떠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란 걸 발견하는 게 내심 즐거웠다. 나라는 사람, 역시 남들과는 다른 나의 정체성에 대해 괜한 자부심도 생겼다.
세상은 다른 사람들과 살아간다. 최근 나는 어떤 연수 과정에 들어가면서 생전 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가까워져가는 과정에 있다. 몇 주간 하루종일 같은 사무실에 있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얘기들을 나누다보니 어느새 많이 가까워진 것 같다. 오늘은 술도 한잔 하기로 했다. (오늘 다들 서열정리하고 말 놓을 것 같은 느낌?)
오늘은 그 사무실 내 사람들을 관찰한 얘기를 하고자 한다.
연수 목적은 약 1개월의 연수기간 후 우리 5~6명 중에서 2명 정도를 선발해 회사에 입사시키는 것이다. 회사는 매력적으로 보였다. 자격증을 이제 막 받아둔 새내기들에게 자격증을 통해 다양한 전문영역에서 돈을 벌고 있는 회사는 자연스레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나이 차에 관계 없이 회사에 속해있는 사람들이 다 전문가다웠고 선배처럼 여겨졌다.
이것이 무엇을 시작하려는 사람들, 특히 빨리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이 처음 느끼는 막연한 동경심이자 동시에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의 표출이다. 빨리 누군가가 나의 이 불안감을 지워주길 바라는 간절함이 있다. 어느 영역에서 제법 실력과 노하우를 쌓은 다음 교육사업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이런 새내기들이 타겟이 된다. 주식으로 돈 번 사람들은 주식투자 학원, 경매로 돈 번 사람들은 경매실전학원 그리고 온라인 셀링으로 돈 좀 벌면 온라인셀러 전문학원을 열면 된다. 다 돈과 직접적인 비기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사람들은 종자돈을 집어넣는다. 강사의 오랜기간에 걸친 노하우를 나름 비싼 값을 지불하고 쉽게 먹으려 든다. 조급함과 불안함의 산물이다.
연수생들은 같이 모여있는 사람들이 신경이 쓰인다. 대표는 우러러 보인다. 뭔가 대단한 이 사람에게 자기도 모르게 종속이 된다. 잘 보여야 할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심리는 모두 나중에 되새겨봐야 할 것들이다. 연수생들은 자신을 잘 어필할 타이밍을 찾는다. 동시에 너무 튀거나 나서지 않아야 하고 욕심을 드러내선 안된다. 그 정도는 아는 사람들이 모인 것 같다. 연수 초기, 그러다보니 과제 발표에 목을 맨다. 남들과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라 생각한다. 대학교 리포트 작성하듯 여기저기서 특출난 자료들을 찾고 그것들을 취합해 더 좋은 평가를 받고자 노력한다.
연수생들은 갈증이 나고 시간은 흘러간다. 스스로 가지고 있는 욕심에 조급함이 묻어나고 여유는 없어진다. 연수생들 서로의 관심사나 과거나 미래 따위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회사 분위기도 사실 별반 다르지 않다. 코로나 휴식기를 마치고 돌아온 회사 스텝에게 그 누구도 다정한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다. 그냥 그 스텝의 일거리를 누가 맡는 바람에 좀 불편했던 것 정도다.
프리랜서들은 더 심하다. 적절히 나를 나타내가면서 나의 우월함을 표출하고자 한다. 조곤조곤히 남을 씹는 식으로 나를 높이려고도 한다. 이건 대단한 스킬이 아니다. 그냥 삐딱한 사고방식이 행동으로 나오는 것이고 사람들은 그 심리를 잘들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 실력과 성과를 부러워하기에 별 수 없다. 그냥 고개나 끄덕이고 적절히 대응해준다. 사람들과 같이 있지만 다들 개인의 칸막이가 동굴같이 깊은 느낌이다.
나에게 주어진 것만 하든, 아니면 혼자 사업자를 내기 전까지만 있을 생각이든 남과 그리 섞이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신입직원이 와도 내심 관심은 가지만 별다른 반응은 숨긴다.
'나도 그랬고 너도 그럴거야. 여기 바닥이 다 그래...뭐 굳이 적극적으로 덤비면 나중에 충고는 좀 해주지. 그러자면 컨설팅 값 정도는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내 시간 들여서 왜 너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하는거지? 내가 얻는 게 뭔데?'
그래서 생각해보면 아침에 인사 한번, 퇴근할 때 인사 한번이 그 긴 하루 일과 중 말 섞는 전부다. 너무나 형식적이라 그걸 말 섞는다고 해야하나. 그냥 안해도 그만인데 또 인사도 안하는 놈이라고 흉볼까봐 하는 정도. 허공에다 하는 인사라고 봐야겠지.
그러니 남이사 코로나에 걸렸든 상을 당했든 별 관심이 없다. 괜시레 누가 나서면 나도 뭘 해야할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나도 나름 사회성이 있다고 보여는 줘야 하니까.
연수생들의 배경은 다양하다. 공무원 출신, 일반 회사 출신, 개인사업가 출신. 모두들 이 새로운 환경의 분위기, 그리고 앞으로 발을 뻗을 공간을 재고 있다. 그냥 그 분위기에 녹아들 것 같다. '우리' 보다는 '나'를 챙기는 게 당연히 우선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곳은 내가 실력을 갖출 때까지 잠시 '참아야' 할 공간이다. 적절히 웃고 적절히 말하면서 내 몫과 이득을 챙겨야 한다. 일단 대표 마인드부터 그런 식으로 보이니까.
연수라는 과정 자체도 이 회사의 이익에 맞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연수 몇 번 시키다보면 이것도 노하우가 생기고 시스템도 형성될 것이다.
이 사회에서는 그렇게 돈을 버는거야 하고 대놓고 보여주는 것 같다. 너무 몰상식하고 인정머리 없는 것처럼 안보이려 노력하는 와중에 돈을 최대한 벌 궁리들을 한다. 장기간의 비전이고 뭐고 일단 최대한 돈을 긁어놓고 보자는 식이다.
정말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그런게 환타지 처럼 생각될 지 모르겠다. 멋있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 경험도 제법 있고 나름 책도 많이 읽고 사업도 해본 사람들의 눈에는 최소한 그 의도들이 안보일 리 없다. 그냥 돈 벌려고 노력한다는 정도로 인식된다. 그런 대표 밑에 직원들, 프리랜서들 그리고 그 사무실 내 분위기. 그것은 그 회사의 정체성이다. 표현은 조심해도 대표는 직원들 불만이 많고 직원들은 회사에 불만이 많다. 기회만 되면 갈아타고 싶어한다. 이해는 한다. 대표 마인드와 종업원 마인드가 같을 리는 없으니까. 그런데 직원이 근무하기에 좋은 분위기는 잘 만들어주는 게 대표의 일이다. 업무성과, 퍼포먼스는 단순히 일의 영역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요새 사람들 자체가 너무 이기적이라 어차피 노력해도 소용없다라고 변명할 수 있다. 그것도 뭐 틀린 말이겠는가. 경쟁으로 시작해서 경쟁으로 끝나는 학창시절을 보냈을 것이고 그 이후로도 쭉 그런 식으로 살아왔을텐데. 관계? 배려? 그런 건 다 자신의 욕심과 벌어야 할 돈의 가치보다는 떨어지는 것이다.
개인플레이가 편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 본다. 사람 사는 맛이 없다는 말 따위 듣기 싫을 수도 있다. 그냥 관심 끄라고 할 것이다. 그런 이들은 그냥 그렇게 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살다보면 다른 사람의 온기가 필요한 날이 오지 않을까? 하지만 관성이란 건 무섭다. 쉽게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 누군가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옆에 있었으면 한다. 그게 그 사람의 귀인이 될 것이다.
자격증과 관계된 업무도 많이 배웠지만 사람들에 대해서도 많이 관찰할 수 있었다. 관찰의 의미는 다른 이들을 비판하고 비교하자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내게 더 맞을 것인지, 난 무엇을 원하는 지 생각하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다들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고 누군가는 알아서 생을 마감한다. 삶의 방식은 다양하고 다르다. 각자 선택한 결과들의 합이다. 그래서 나 역시 나에게 맞는 방식을 선택해 나간다.
나의 인생은 소풍과도 같이 즐거운 것이다.
그 맛은 나만이 안다. 나라는 사람을 충분히 생각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인지하고 그리고 그렇게 즐거움을 찾아 하루하루 누리는 게 내 소풍같은 삶이다. 다른 사람들, 그들은 나름대로 노력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돈의 가치, 물질의 가치로 스스로의 욕심을 얼마나 채우면 될런지? 그건 최소한 정하고 살아야 제일 중요한 가치인 '삶의 균형'(Balance)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관계, 건강, Spirit(Myself) 이런 가치들이 균형 있게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돈의 가치도 새롭게 정의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이러한 균형에는 관심도 없는 것 같다. 돈이 그들의 마음 속을 너무 크게 잡아먹고 있는 듯 하다. 돈만 있으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고 극락의 세계를 갈 것처럼 생각하는지. 돈이 있으면 돈이 없을 때 불편한 점들이 해결된다는 것 뿐이다. 그 이상 계속 가지려는 것은 균형을 무너뜨리기 쉽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본다는 것 자체가 시간이 필요할 지 모른다.
시간. 그래. 항상 중요한 건 시간일테니까. 주어진 시간.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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